아아 탄복

지금 읽는 2006. 8. 20. 00:00
창작과 비평 131호 - 2006.봄
창작과비평 편집부 엮음 / 창비(창작과비평사)

"준수하면서 민감한 청년이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
남을 배려할 때의 따뜻하고 근심스러운 표정, 고급스럽고 섬세한 표정"


창비 2006년 봄호 104페이지, 박완서 작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님 글에는 세상을 매운 눈으로 바라보시며 청청하게 나이들어오신 기분좋은 날카로움이 있다.
그분이 소설에서 이리저리 흉보시는 속물들의 삶에 함께 흉을 보면서도,
나역시 피하지 못할 매운 회초리를 맞는 기분이랄까.
들어야 할 꾸중을 머리 숙이고 두 손모아쥐고 듣는 중학생이 되는 기분이다.
일생을 곧게 살아오신 청청한 이런 "어른"이 주변에 있어 잔소리 좀 들어봤으면 좋겠다.


아무 계산없이 마음에서 우러난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선량하고 고운 청년들이 베푸는 친절을 엿본 사람은
평범하게 서술된 이 문장이 불러 일으켜주는 짤막한 청량감에
내가 이다지도 탄복하는 이유를 알것이다..
Posted by grac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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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감독이던가, 바람결에 전해들었던 이 소설의 영화화 소식.쓸쓸하게 익명으로 죽어가는 한 중년남성의 모습이 담긴 아름다운 소설이었는데, 주연감 남자배우를 찾기 쉽지 않겠다 싶다.한국 중년 남성, 이 문장에 어울리는 이미지는 느끼하고 배나오고 무례하고 답답하고 목소리크고 벨트아닌 혁대가 내려오는 단란주점에서 노닥거리는 샐러리맨일뿐이니, 김훈 소설 속 부하여직원을 멀리서 조용히 지켜보며 사랑 할 줄 아는 조용하고 말없는 지친 모습의 중년을 찾기는 투자받는것보다 더 어려울것같다.
차라리 영화화보다는 티브이문학관에서 촬영되는 것이 더 좋을법하지만, 그경우 시청자수가 더많을까? 영화화시 관객수가 더 많을까? 완성도는 어디가 더 높을까?


우리나라 여배우의 폭도 좁지만 남자배우의 폭도 참 좁다. 트렌디드라마라고 드라마에서도 삼촌 고모 이모 작은아버지가 나올 분량이 점점 줄어든 탓도 있겠고 영화쪽에서 기획영화가 흥해지면서 강한 캐릭터를 가진 연극배우들은 많이 유입되었지만, 일상의 연기를 해낼, ---최민식의 신들린 연기를 해 낼 수있는 배우들은 많이 있을것이다.---무리하지 않는 연기를  해내는  배우가 설 자리는 줄어든 것같다. 이른바 요새 풍토는 "튀어야산다"니까.


각설하고, 불만은 접고

화장에 어울리는 배우로 연기이외로만 요새 인정받는 안성기나 청보법위반전력의 이경영(아까운 배우다.이런 색채를 낼 배우가 필요했는데.)  그리고 또 한분의 범죄자 송영창까지 떠올려봤지만 다들 무언가 껄끄러운 것이 이분들의 개인사가 강하게 작용하는 것도 있고 이들의 얼굴은 선명한 인상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화장에서 내가 느낀 주인공의 인상은 너무도 평범하고 평범해서 아무도 그가 지나갈때 어떤 인상이었는지 알아채지 못하는, 철저하게 잊혀지는, 쓸쓸하고 고단한 남성이었다. 화사한 컬러사진이 아닌  바래기 시작한 흑백사진이 떠오르는 사람말이다.


그래서 떠오른 인물, 목소리마저 우울한 비오는날같은 그 사람,
그러나 참 푸른 젊은 날을 지내었을 것 같은 그 사람,
자신에 대한 찬사를 가차없이 거부하면서 냉정하게 떨어낸 그 아저씨.



김민기다. 아침이슬을 만든
Posted by grac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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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엔 당연 이사람이다.
절대선과 절대악이 공존하는 얼굴과
내밀한 심리를 섬뜩하게 묘사해낼수있는 연기력,
지구상에 박해일말고 누가 또 있으랴!

게시판을 여기저기 부유하다 본 글중에
강동원과 이나영을 몬스터 두 주인공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는말에 아연실색, 몬스터란 작품이 컬트적이거나 네멋, 아는 여자처럼 판타지풍의 아웃사이더 모습을 다룬 극이 될래야 될 수도 없는 것이고, 옆모습 하나만으로 스크린을 꽉 채우고 영화 다 봤니? 할만한 강한 영상미를 휘두를 작품도 아닌것인데(또 모르지, 자꾸자꾸 신레렐라이야기처럼 새롭게 리메이크되어서 여러가지 판형 판본이 나온다면 열다섯번째 작품유형쯤으로 나올수도..)강하게 분노하고 시니컬하게 웃어대고 천사처럼 환하게 조롱대어야할 이 대하서사시적인 스토리에 다섯마디 넘는 대사를 하려 치면 끊어읽기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두 배우에게 도대체 무엇을 맡기겠다는 것이지? 그리고 더불어 말하자면 강동원의 까무잡잡하고 거칠어보이는 짝눈의 외모는 뿔달린 장난기많은 큐피트에나 적당하지 하얗게 빛나야할 요한의 외모엔 한참 부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이나영 강동원 두배우의 배우다움을 비웃으려 하는 것은 아니나,
개성은 강하나 기본연기력은 갖추고 있어야 배우다움의 시작이라 보는바,
숨쉬기부터 다시 배우고 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두 배우의 너는 왜 안되는가 사연은 여기 접어두고
박해일말고 다른 요한은 없다고 본다.


박해일 정말 불가사의한 매력의 소유자.
세상물정 잘 아는 껄렁껄렁하고 능구렁이 같을것이며
저런 놈이 뒤통수 잘 칠것이란 감이 일시에 듦에도 불구하고
처음 본 순간 털컥하고 가슴 내려앉게하는 깊으면서도 애잔한 눈동자를 가지고 태어난 것,그리하여 지고지순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듯하면서도
불안하듯 일렁거리며 일탈을 꿈꾸는 듯한 눈빛으로
사람을 현혹시키는 것.
정말 그 배우의 큰 복이다.
Posted by grac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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