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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8.28 쟌모리스의 50년간의 유럽여행


45세를 살고 다섯아이를 낳아 기르다가  여성이 되기로 마음먹고 성전환수술을 받은 후  지금은  "파트너"라 부르는 옛 아내와 함께  자매처럼   웨일즈에 살고 있다는 쟌모리스란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작가에 대한 정보없이 읽기 시작했음에도 첫페이지부터 느껴지는 작가에 대한 매력은 상당했다.

대강 멋진 구도만 잡고 사춘기소녀처럼 가벼운 감상만 두어단락 말줄임표 한줄과 함께
적어내려가는 기행물이 범람하는 요즘, 무려 50년간에 걸친 자신의 유럽문화체험을 쉴새없이 줄줄 적어내려간 이 책은 "겉멋든 기행문출판사" 편집자들이 꼭 읽어봐야만 한다. 한도시에 대한 감상, 한 대륙에 대한 느낌,한두어달 휘익 갔다온 것으로 책을 펴낸다는 것이 얼마나 가볍고 우스운 일인지, 몇년간의 체류경험만으로 서양문화를 제대로 전달할 수있었던 일인지, 유명여행지 몇십곳 나열한 기행도서가 이 책앞에서 얼마나 조잡해보이는지, 필히 느껴야만 한다.


작가의 50여년동안의 유럽여행체험기는 종횡무진 정신없다. 거석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유명한 영국의 스톤헨지를 하는게 아니다, 유럽곳곳에 흩어져있는 거석들의 예를 줄기차게 들면서 거석문화를 거쳐 그리스도교이전 유럽에 존재하던 신앙세계, 마법이야기를 늘어놓다가 어느틈에 아일랜드의 신령한 바위를 일곱바퀴 도는 순례체험때  왜 이리 자꾸 부딪힐까 하다 보니 거꾸로 돌고 있었다는 촌철살인의 유머까지 끼워놓다가는 그 유명한 파티마예언의 주인공 루치아수녀이야기를 꺼내서 숙연케하기도 한다.

그가 늘어놓는 갖은 지명들을 막힘없이 꿰고 있는 한국인은 단 한명도 없으리라. 들어본적도 없고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동유럽 서유럽 북유럽 어느 작은 마을이며 그 상황에 걸맞는 온갖 인용구들, 대단한 박식함이다.
대륙끝에 매달려서 다른 나라 여행이 꽤 힘든 우리나라 실정에 비하면 여러나라를 비교적 편히 움직이며 각민족과 나라의 여러 문화를 생생히 체험할수 있었던 --그는 에베레스트도 젊은 날 올라서 오년에 한번씩 발톱이 빠진단다. ---천혜의 혜택도 부럽지만, 50년간의 기자생활 문필생활동안 길러온 통찰력이 빛이 난다.
간만에 맘에 드는 편집을 만났다. 빼곡한 문장들, 편안한 디자인, 꽤 두꺼운 부피를 한권으로 낸 바람구두라는 출판사와 매끄럽게 번역해논 번역자 또한 이 책을 빛나게 해준 이들이다.
Posted by grac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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