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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의 "자야"는 과연 누구였는가? 란 호기심에서 출발한 3,40년대 문단 사생활뒤지기 놀이중에  만난 재미난  책 "그 이상은 없다".  지은이가 팩션이라 분명히 밝히고 있는지라 군데군데 상황설정이나 작가들의 말꼬라지(?)들은 걸러서 읽을수 있다고나 하나, 이게 왠일인가.

고고하고 아름답게 서정을 노래하거나 핏발서가면서 프롤레타리아니뭐니 하면서 혁명을 노래한줄 알았던 그 작가양반들의 연애놀음들. 서로서로 "사랑의 작대기"를 긋고 있자니 이것이 헐리우드스타들의 소위 "개족보"나 요새 울나라 연예계들의 스캔들은 일찌감치 뛰어넘는 엄청난 "자유연애시대"다.

차라리 요즘음이야 다들 독신 솔로들의 연애니 로맨스로 봐줄만 하지만 그때는 모던걸 모던보이라서 조강지처는 기본으로 두고 기생은 애인으로 두고 연모하는 나타샤는 저어멀리 따로 두고 --이나탸샤의 결혼 유무는 아무 상관없는 조건이며---여자건 남자건 참 요란하게도 연애하고 동거하고 이혼시키고 그러다  허무하게 다시 깨지고 그렇게 살았구나.

놀라운것이 최정희다. 아니 그분이 그랬단말인가? 내용을 정리해보자면,
---영화감독 김유영과 결혼 사별 그러나 그사이 김동환과 연애. 김동환은 연애결혼하여 1남3녀까지 두었으나 최정희와의 연애하며 가족을 버리고 김채원 김지원 자매를 낳음! 산너머 남쪽에 뭐가 있길래 연애결혼한 부인은 버렸다 치더라도 본처자식까지 나몰라라 했을까나 (아주 예전 월간조선엔가 김동환의 버려진 아들인지 딸인지  쓴 글을 읽은 적 있다. 김채원을 통학버스에서 만났으나 냉담했다더라) 한편으론 백석 이태준 등등의 유명인사와 친하게 지냄.---최인호의 소설 가족에서 잠깐 보여진 화통하고 성격좋게 곱게 늙은 여류작가의 모습은 저 멀리 남촌으로 사라지고 , 잡지사 기자란 신분을 충분히 이용해 수많은 작가들과 밀고당기기 게임을 능숙하게 해내는  교태가 철철 흐르는, 약간 과장하자면  불여우같다고나 할까.

최정희에 비하면 이상의 부인 변동림이자 김환기의 부인 김향안, 이분은 더 고수다. 김환기의 부인에서 이상의 부인까지 동시에 그 영광의 두자리를 꿰어찬 분. 이상과의 결혼생활에 대해서는 추측만이 가능하겠지만, 이책의 작가 오명근의 추측대로 아마도 그당시엔 못마땅하고 숨기고픈  과거였을것이 분명하나 이상이 사후 한국문단에서 인정받자 당당하게 다시 변동림으로 재등장하여 이상을 이해하고 사랑하였다는 "명예"를 스스로 부여하신 자신감 넘치신 분. 김연수의 이상은 없다를 읽고 김향안이란 사람에게 매력을 느껴서 인터뷰나 수필들을 찾아 읽었을때는 꼬장꼬장해뵌다란 느낌이었고 김환기를 매니지먼트(?)한 역량으로 보아 대단한 인물이었을것임에 분명하다 여겼는데  다시금 확신드는 이 느낌은  "과거지사야 어떠하든 , 내가 그시절 이러이러해서 좋았고 아름다왔다하면 그만인것이다 모든 것은  "꽃의 영광" "초원의 빛"같은 시절이었으니 그리 알아라 너희들은!  난 이상의 정정당당한 정실부인이었다말이다 알겠느냐? " 이러면서 다른 사람들의 반문과 의혹은 깡그리 무시하고 하찮게 여길 강한 의지의 여인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비하면 스스로 나타샤라고 주장하는 자야는 이제는 안쓰럽다.
백석의 나타샤야 솔직히 문학소녀나 나처럼 비사가 궁금해하는 사람에게 재미있는 이야기거리지
백석자체에게 나타샤는 확실한 실존인물이 아니었을것이다. 자야얼굴을 보고 있으면 자야일테고
먼곳에 개짖고 비오는 밤이면 통영처녀 박경련일테고 함흥에서 여류작가들과 놀때면 최정희였을테고 시쓰다보면 셋이 합쳐서 빙빙 뭉쳐있었을테고 우리가 모르는 또다른 인물이 투영되어서
시상을 불러일으켰을테니 말이다. 괴테봐라.롯테니 뭐니 부르짖어도 일생에 연인이 몇명이었는가... 아마 그 자야할머니도 자신이 나타샤가 아님을 알고 있었을게다. 물론 백석과  좋아지낸 것은 사실이었던게지. 허나 말년에 요정으로 돈벌었던  자신의 일생이  좀더 아름답게  보여지기를 간절히 원하셨던게지.사람의 삶이란  그렇게 돈안드는 허영이  필요한게다.

나는 백석의 나타샤가 통영의 박경련이었으면 한다. 최정희가 유부녀라서  자야가 기생이라서 싫은 까닭은 아니고 박경리선생님이 토지에서 보여준 통영이 아름다와서이고 어느해  봄날 직접  가서 본 통영의 바다가 좋아서이다.


이효석은 부인놔두고 딴여자랑 연애하다 왕수복간병하에 죽고 왕수복은 노천명이 좋아하던 김광진과 월북하고 모윤숙은 이광수가 소개시켜준 안호상과 결혼하고 나서도 끝까지 이광수를 시몬이라 부르며 좋아하고 김동리는 유부녀 손소희랑 연애해서 결혼하셨다가 또다시 나중엔 서영은과 연애끝에 결혼까지 하시고 --세상에나! 난 손소희씨가 참 불쌍했었는데 그분도 만만치 않으셨군..---서정주마저 임화부인 지하련을 좋아했다니  젊어서 죽은 김소월이라  차라리 다행이구나...

그리고 부언 한가지, 해방무렵 글루미선데이(수많은 젊은이들이 자살했다는 슬프고 우울하고 영화까지 만들어졌던 그 노래, 그노래가 맞다) 들으시며 "무슨 소린지 모르겠으되 그 녹슨 청하며 미상불 마음이 저절로 침울해"지셨고 거기다 "글루미 이맨시페이션"이란 수필까지 남기신 채만식선생님! 와, 대단하십니다. 아니면 내가 그 시절을 축음기 틀고 고복수노래나 듣던 때로 우습게 본건지...해방, 얼마나 침울한 풍경이었는가.







Posted by grac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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