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朱子)

책을 읽으려면 먼저 마음을 안정시켜 고요한 물이나 맑은 거울 같게 해야 한다. 어두운 거울이 어찌 이치나 사물을 제대로 비출 수 있겠는가

                


옳은  말씀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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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돌봐줘

지금 읽는 2008. 2. 5.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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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만에 접한 유쾌하고 재미있는 추리소설.
개한마리 실종된 단순사건이지만,
배후에 감추어진 무섭고(? ) 야비한 (?)음모.
그 사건의 내막은 길고 긴 애증의 결과..!

전체적으로 잘 씌어진 작품이라서
줄줄줄 쉬지않게 읽혀지고
문장도 발랄하다.
여러명의 일기와 편지와 주석으로
사건이 진행되는데도 산만하지 않게
구성도 잘 잡혀졌다.

이책은 맨 마지막까지 웃긴다.
번역자의 후기까지 꼭 읽어보시라.
원작에 발맞추어 후기도 아주 참신한 스타일로
웃기게(다른 표현 필요없이) 썼는데,
마지막 번역자 이름이 이름으로 안 보이고
번역자의 외마디 비명으로 보여서
책표지의 번역자이름을 다시 확인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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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잠

지금 읽는 2008. 1. 26.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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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잠.
기사다 루리코 지음.


하늘과 땅이 뒤바뀌는 충격의 반전이 있다길래
냉큼 도서관에 신청하고 빌려다보았건만,
하늘아래 땅이고
땅위에 그대로 하늘 있더라.

중간에 20페이지 가량 페이지가 누락되는 파본이었지만
전체내용 이해에는 전혀 지장도 없고 아쉽지도 않을만큼
소설 전체가 평탄하고 지리하게 서술되어있다.

아야츠지 유키토나 히가시노 게이고였다면
더 숨막히게 긴장감있게 쓸 수있었을텐데
아무래도 작가의 역량이 딸리는 듯하다.
추리소설, 어차피 거기서 거기인 트릭들.
주변에 널린 코난 김전일 류등의 만화로 인해
온갖 기상천외한 트릭들이 만발한 상황에서
이제는 독자를 얼마나 몰입시키느냐가 중요하지 않나.

아울러 누가 번역했는지 참 성의 없는 느낌..

 암흑관은 언제 읽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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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박물관

지금 읽는 2008. 1. 23.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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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꼼꼼하게 정성들여 만들긴 했는데, 힘들게 읽힌다.
가장 큰 이유는 편집인듯.
그림 설명 다음페이지나 뒷장에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고
설명도 길고 한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 디자인이다.
인물이나 지명 책이름등등에도 굳이 꼭꼭 원어를 따라 붙여야할 이유가 있었을까?클링턴이름까지도 영어로 주석붙여주는 친절함이라니. 지리학 서적이니 이해한다치더라도! 편집디자인에 대한 철학이 있으리라 이해한다치더라도!
읽는 사람에겐 불편해서 짜증날 정도.

문장마다 삽입되는 주석이랑 원어표기랑 그림해설이랑
기타 여러가지가 너무 화려하게 뒤섞여서 오히려 가독성이
떨어진다면 성공한 편집은 아니지 않나.

(혹 원서디자인 그대로 갖다 쓴걸까...)

"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 책과 관련해
 가짜라고 비아냥거린다.
난 재미있게 읽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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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다운 책, 꽉 찬 책이다. 보지 않았어도 본것같고 읽었는데도 읽은 것같지 않은, 똑같은 구도와 가볍게 흘려 쓴, 얕은 감정의 여행서적들을 읽다가 쌓인 답답한 체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책이다.

지식의 힘, 긍정적 기능을 보여주고 있다라는 극찬마저 늘어놓고 싶을정도.  저자가 가진 로마사와 여러 문화에 관한 깊은 내공을 보여주면서 읽는 내내 유럽각지의 로마유적에 대한 깊은 관심을 유도해주고 있다. 로마에 관련해서 그 어떤것도 알고 싶지 않았던 나에게까지 로마통사를 읽어봐야겠다라는 강한 결의를 가지게 해준다.(반골기질이 강해서 그 카이사르 좋아한다는 여사나 미드 Rome 열풍에 괜히 반발한다.) 그뿐만 아니라 같은 심보로 역시나 일부러 외면중이건만, 잠시 언급된 하루키의 먼북소리 조차 읽고 싶어진다.  어느 자리에 가있느냐보다는 그곳에 가 있는 사람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는 책이다. 휴양여행이 아닌바에야 유적지라고 사진몇장 박고 간단한 팜플렛 읽는게 아니라면,부지런히 조사하고 읽고 알아보는 성실함이 얼마나 사람을 빛나게 하는지 보여주는 책이다.흘러가버린 유행문구이지만 '아는만큼 보인다"가 괜히 유명해진게 아닌거다. 저자의 말대로 "인문과 예술이 있는 여행"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최정동의 다른 책과 그의 추천도서들을 읽어보자!!!
올해 들어 읽은 책 중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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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하고서는 묵혀둔 채 몇 주 지난 책.
사진 속 캘리더도 받았지만,

솔직히
광고비 많이 들었겠군요.


솔직히,
광고로 팔리는 책.


과감히,
과대포장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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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에서 한 구절

지금 읽는 2008. 1. 22. 07:18
앤시리즈 중 한권을 뽑아들다. 
신지식 번역 창조사판 7권 어머니가 된 앤.
앤이 자식들을 줄줄이 낳고 의사부인으로서 안락하게 잘 살고 있는 내용이다.
여전히 호들갑을 떨면서..

지금은 사라진 종로서적에서 이 시리즈를 사서 들고
집에 오는 길은 참 뿌듯했었다.
신해철의 노랫말처럼 돈벌어오는 자의 비애를 절절하게 느끼고 있던
1년차 신입회사원이었지만,
앤처럼 살고프다라는 소녀시절의 다짐을 잃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는 
소박한 만족함때문에.

그러나.
돈벌어오는 자의 비애도 느끼지 못하는 채,
닳고닳은 직장인이 되어 있는 현재 상황이라..
팔자 좋아뵈는 앤에게 시니컬해지는 지금 현재,
왠지 궁상맞구나.

앤의 한구절.
앤이 다이아나에게.
어머니가 된 앤  16페이지.



1년 내내 의젓한 얼굴을 하고
어른 노릇만 하고 있다는 사실은
조금도 재미가 없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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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여행?

지금 읽는 2008. 1. 2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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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여행--김영주

공부안하면 이렇게 된다라고 느끼게 해주다.
패션잡지 별책부록으로 나와도 될 만한 함량.
자유여행 다녀왔네 하면서 여행을 통해 자아가 성숙하고
인식의 폭이 넓어진 양 행세하는 유형 되기 싫어서
비행기 안 탄다는 궤변의 증거가 될수도  있을듯.

머무는 여행이야 좋지만,
이런 간단한 기행문과 사진몇장으로
출판까지 하고 거기다 2탄 토스카나까지
내놓았다는 사실에
실소중.


내게는
중년이 넘어서 창피한줄도 모르고
지성의 얄팍함을 보여줄
뻔뻔함이 존재하지 않기를.

아니 최소한
혼자 멋진 척 착각하는 자만심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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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윤대녕의 소설이 좋다. 윤대녕이 보여주는 아름답고 미려한 문장들이 좋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가 지어내는 제목들이 좋다고나 할까. 모름지기 작가란 타인의 마음을
일시에 관통해버리는 절묘한 글솜씨가  있어야 되는 법. 윤대녕은 그런 의미에서 내게 좋은 작가이다. 빛의 걸음걸이 미란  제비를 기르다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학력고사시절 국어참고서말투로 하자면 언어의 조탁이 좋은 작가라 할까. 유연하고 매끄러운  문장이 뜬구름잡는듯 보이더니 이제는 좋아지는걸 보니  그간 나는  평이하고 단조롭고 조잡한 문장들에 지쳤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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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의 "자야"는 과연 누구였는가? 란 호기심에서 출발한 3,40년대 문단 사생활뒤지기 놀이중에  만난 재미난  책 "그 이상은 없다".  지은이가 팩션이라 분명히 밝히고 있는지라 군데군데 상황설정이나 작가들의 말꼬라지(?)들은 걸러서 읽을수 있다고나 하나, 이게 왠일인가.

고고하고 아름답게 서정을 노래하거나 핏발서가면서 프롤레타리아니뭐니 하면서 혁명을 노래한줄 알았던 그 작가양반들의 연애놀음들. 서로서로 "사랑의 작대기"를 긋고 있자니 이것이 헐리우드스타들의 소위 "개족보"나 요새 울나라 연예계들의 스캔들은 일찌감치 뛰어넘는 엄청난 "자유연애시대"다.

차라리 요즘음이야 다들 독신 솔로들의 연애니 로맨스로 봐줄만 하지만 그때는 모던걸 모던보이라서 조강지처는 기본으로 두고 기생은 애인으로 두고 연모하는 나타샤는 저어멀리 따로 두고 --이나탸샤의 결혼 유무는 아무 상관없는 조건이며---여자건 남자건 참 요란하게도 연애하고 동거하고 이혼시키고 그러다  허무하게 다시 깨지고 그렇게 살았구나.

놀라운것이 최정희다. 아니 그분이 그랬단말인가? 내용을 정리해보자면,
---영화감독 김유영과 결혼 사별 그러나 그사이 김동환과 연애. 김동환은 연애결혼하여 1남3녀까지 두었으나 최정희와의 연애하며 가족을 버리고 김채원 김지원 자매를 낳음! 산너머 남쪽에 뭐가 있길래 연애결혼한 부인은 버렸다 치더라도 본처자식까지 나몰라라 했을까나 (아주 예전 월간조선엔가 김동환의 버려진 아들인지 딸인지  쓴 글을 읽은 적 있다. 김채원을 통학버스에서 만났으나 냉담했다더라) 한편으론 백석 이태준 등등의 유명인사와 친하게 지냄.---최인호의 소설 가족에서 잠깐 보여진 화통하고 성격좋게 곱게 늙은 여류작가의 모습은 저 멀리 남촌으로 사라지고 , 잡지사 기자란 신분을 충분히 이용해 수많은 작가들과 밀고당기기 게임을 능숙하게 해내는  교태가 철철 흐르는, 약간 과장하자면  불여우같다고나 할까.

최정희에 비하면 이상의 부인 변동림이자 김환기의 부인 김향안, 이분은 더 고수다. 김환기의 부인에서 이상의 부인까지 동시에 그 영광의 두자리를 꿰어찬 분. 이상과의 결혼생활에 대해서는 추측만이 가능하겠지만, 이책의 작가 오명근의 추측대로 아마도 그당시엔 못마땅하고 숨기고픈  과거였을것이 분명하나 이상이 사후 한국문단에서 인정받자 당당하게 다시 변동림으로 재등장하여 이상을 이해하고 사랑하였다는 "명예"를 스스로 부여하신 자신감 넘치신 분. 김연수의 이상은 없다를 읽고 김향안이란 사람에게 매력을 느껴서 인터뷰나 수필들을 찾아 읽었을때는 꼬장꼬장해뵌다란 느낌이었고 김환기를 매니지먼트(?)한 역량으로 보아 대단한 인물이었을것임에 분명하다 여겼는데  다시금 확신드는 이 느낌은  "과거지사야 어떠하든 , 내가 그시절 이러이러해서 좋았고 아름다왔다하면 그만인것이다 모든 것은  "꽃의 영광" "초원의 빛"같은 시절이었으니 그리 알아라 너희들은!  난 이상의 정정당당한 정실부인이었다말이다 알겠느냐? " 이러면서 다른 사람들의 반문과 의혹은 깡그리 무시하고 하찮게 여길 강한 의지의 여인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비하면 스스로 나타샤라고 주장하는 자야는 이제는 안쓰럽다.
백석의 나타샤야 솔직히 문학소녀나 나처럼 비사가 궁금해하는 사람에게 재미있는 이야기거리지
백석자체에게 나타샤는 확실한 실존인물이 아니었을것이다. 자야얼굴을 보고 있으면 자야일테고
먼곳에 개짖고 비오는 밤이면 통영처녀 박경련일테고 함흥에서 여류작가들과 놀때면 최정희였을테고 시쓰다보면 셋이 합쳐서 빙빙 뭉쳐있었을테고 우리가 모르는 또다른 인물이 투영되어서
시상을 불러일으켰을테니 말이다. 괴테봐라.롯테니 뭐니 부르짖어도 일생에 연인이 몇명이었는가... 아마 그 자야할머니도 자신이 나타샤가 아님을 알고 있었을게다. 물론 백석과  좋아지낸 것은 사실이었던게지. 허나 말년에 요정으로 돈벌었던  자신의 일생이  좀더 아름답게  보여지기를 간절히 원하셨던게지.사람의 삶이란  그렇게 돈안드는 허영이  필요한게다.

나는 백석의 나타샤가 통영의 박경련이었으면 한다. 최정희가 유부녀라서  자야가 기생이라서 싫은 까닭은 아니고 박경리선생님이 토지에서 보여준 통영이 아름다와서이고 어느해  봄날 직접  가서 본 통영의 바다가 좋아서이다.


이효석은 부인놔두고 딴여자랑 연애하다 왕수복간병하에 죽고 왕수복은 노천명이 좋아하던 김광진과 월북하고 모윤숙은 이광수가 소개시켜준 안호상과 결혼하고 나서도 끝까지 이광수를 시몬이라 부르며 좋아하고 김동리는 유부녀 손소희랑 연애해서 결혼하셨다가 또다시 나중엔 서영은과 연애끝에 결혼까지 하시고 --세상에나! 난 손소희씨가 참 불쌍했었는데 그분도 만만치 않으셨군..---서정주마저 임화부인 지하련을 좋아했다니  젊어서 죽은 김소월이라  차라리 다행이구나...

그리고 부언 한가지, 해방무렵 글루미선데이(수많은 젊은이들이 자살했다는 슬프고 우울하고 영화까지 만들어졌던 그 노래, 그노래가 맞다) 들으시며 "무슨 소린지 모르겠으되 그 녹슨 청하며 미상불 마음이 저절로 침울해"지셨고 거기다 "글루미 이맨시페이션"이란 수필까지 남기신 채만식선생님! 와, 대단하십니다. 아니면 내가 그 시절을 축음기 틀고 고복수노래나 듣던 때로 우습게 본건지...해방, 얼마나 침울한 풍경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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