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은 아니지만 내 청소년기 혹은 내 대학시절을 함께 겪어준 스타들이 있다. 그네들의 삶이 어찌하던 그녀들이 홈쇼핑에서 눈 똥그랗게 뜨고 감동어린 목소리로 무엇을 팔든, 눈가에 자글자글한 주름들을 어느날 보톡스나 레스필렌 주사로 확 없애버리고 탱탱한 얼굴로 다시 나타나든, 팬은 아니지만, 긴세월 그 인간들이 어느 드라마 어느 씨에프에서 어떤 모습의 단역으로 출연해서 점점 어떤 식으로 변해갔었는지, 단 네개의 공중파채널로만 스타들을 접하던 그 시절 나와 함께 해준 그 사람들에게 미운정과 고운정이 함께 들어서 그래도 잘 살아라 하는 심정으로 지켜주고픈, 욕하면서도 친근한 스타들말이다. 그리하여 날도 선선하니 시원하진 요즈음에 그사람들에 대하여 장광설을 펼쳐볼까 한다. 내가 문화비평가도 아니고 언론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람하나 생매장시킬듯이 술안주감이나 스트레스 해소감으로 씹는 저속한(?) 사람도 아니니 그저 지난 날 그사람들이 이러했었다 정도의 회고담일까...----



최진실의 드라마가 시작했다. 소속사와 방송사에서는 언론플레이를 시작했고 나름대로 대단한 가정사로 본업인 연기보다는 사생활이 더 유명한 그녀의 새드라마이고 아마 이 드라마가 히트쳐도 그것은 타방송사와의 계약문제와 전남편의 재기문제 이런 것들로 화제를 모은 상황때문일것이라고 짐작한다.

최진실은 연기를 잘하지 못한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럴것이다. 그녀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깜직발랄한 그녀의 씨에프이미지가 빛을 발하였기 때문이고 더불어 수제비신화로 기억되는 그녀의 고단했던 어린시절의 고생담이 아주 큰 역활을 해냈기 때문이다, 고생하며 자란 이쁘장한 효심깊은 캔디같은 밝은 여자애, 우리 국민들 얼마나 혹하기 좋은 상황인가.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언니!!!!!!!!" "결혼식날 안 이쁜 신부도 있나 뭐"
기타등등 기타등등,
남부군의 주연과 이런저런 드라마의 단역으로 언론에 슬슬 이름을 알리기 시작할때
삼성전자 전속모델이 된 그녀는 아주 귀엽고 톡톡 튀는 어린 신부의 모습으로 대한민국남성들을
휘어잡기 시작한다. 권희덕의 목소리로 더 깜찍한 모습이 된 그녀가 윤승원아저씨와 부부가 된
모습으로 전국을 강타할때 그녀나이가 스물두어살정도, 아마 현재 그 나이또래의 여자연예인들은 절대 이미지상 신혼주부의 역활을 하려고 들지도 않을 것이고 그 위풍당당한 '소속사"가 대번에 거절할 분위기의 씨에프를 최진실은 정말 깜찍하고 이쁘게 성공적으로 수행한다.

그녀가 나오기전 우리나라 그또래 여배우들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목소리 내려깔고 성숙한 척하던 김혜수, 착실한 모범생 이미지의 채시라, 교생실습까지 나갔다던 동국대 "교육학과"학생 화교 하희라(정원외입학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들어가서 공부잘했다한다.우먼센스인터뷰에서 하희라 왈 평점 3.7이라 했다.) 긴머리 휘날리며 조용한 미소를 날리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던 이미연, 이지적인 분위기의 연기파였던 김희애, 똑소리나는 커리어우먼이미지를 풍기기 시작하던 배종옥, 공주같은 외모로 철딱서니없어보이던 이상아. 하늘하늘한 몸매와 청초한 분위기로 청승떨던 오연수. 신애라는 등장했어도 아직은 눈길을 받지 못하고 있었고...


이 여배우군들이 주는 공통점은?
공부를 잘했든 못했든 일단은 대학재학중이거나 졸업생이었다.
팔십년대 배우들이 거진 고졸이거나 학교와는 별상관없이 각 방송사 공채나 특채출신으로 연기생활을 시작한 반면, 후반 등장한 하이틴스타들은 통과의례로 대학을 선택하고 들어갔다.아마도 연극계에서는 이미 학교별로 어떤 라인이 형성되어 있었을것같은데 "호랑이선생님"과 "사피나--사랑이 꽃피는 나무"를 보고자란 우리세대(칠십년대생들!)에게는 하이틴스타들이 어느 대한 연극영화과를 갈것이냐, 갔는냐 누가 거기 있는냐가 재미있는 화제였고 궁금한 이슈였다.

지금처럼 여러 가지 유형의 입시제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국의 수험생이 전부다 한날 시험을 치루고 그 점수로 지원하는 학력고사(선지원 후지원은 그게그거고)세대였던
우리는, 중대가 높으냐 동국대가 높으냐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고 한양대 연영과는 아주아주 점수가 높은 인문대계열에 속해있어서 거기 들어간 애들은 진짜 공부잘한애다 라고 평하기도 했고(박순애가 거기 나왔나?) 새로 생긴 단국대는 이름 알리려고 막 아무나 붙여준다고 하더라 라는 풍설을 퍼뜨리기도 했었다.

아, 여기서 웃긴 이야기,
동국대에 이미연과 이상아가 동시에 지원했는데 둘이 만나면 싸울까봐 이상아를 떨어뜨렸다는
무지 미안한 소문도 있었다.


하여간, 한때 조디포스터 브룩쉴즈 같은 헐리우드 여배우들이 마마들의 극성으로 명문대로 진학하던것처럼 우리의 하이틴스타들도 제각기 대학을 들어갔다. (채시라는 재수까지 했다.요새 같으면 절대 그런일은 없었을것이다. 사이버대도 있고 특차도 있고 비리도 있으니...)


다시 하여간 라이벌인 다른 스타들이 다들 대학생이라는 꼬리표를 가지고 있었을 당시 우리의 스타 최진실은 그 꼬리표가 없었다. 또래들이 데뷔를 고등학생 더 어려서는 초등학생무렵했었으나 최진실은 고등학교 졸업후에 해버린 "늦된" 스타였다. 적어도 내 눈에 뵈기엔 내 또래의 애들에게 어필하기엔 힘들지 않겠나 싶던 모양새였으나, 89년도 부터 몰아친 최진실은 정말 구십년대에 대단하게 폭발한다.


요앞에 나열된 여배우들이 뭔가 부자연스러운, 처신잘하려고 애쓰는, 장미희의 아류같은 모습으로 인터뷰를 하고 우아떨고 고상하게 인터뷰할때 최진실은 참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어필했다. 어느 신년맞이 오락프로그램에서 찹살떡 먹고 휘파람 불기 게임에서 그녀는 그녀다운 매력을 보인다.
다른 출연자들이 어머 어떡해 이러면서 게임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서 어머어머 호호호
겉으로는 웃으면서 적당하게 빼는 모습을 보일때 그녀는 게임에 적극적으로 덤벼들며 저 다했어요 번쩍 손드는 근성을 보였다. 일요일날 아침에 방송되던 어느 오락프로그램에서는 남부군 찍다가 올라왔다면서도거꾸로 공중제비 돌아 발로 풍선터뜨리기의 묘기까지 선보이며 게임에 임한다.(그러니까 다리올려 풍선터뜨리기였는데 최진실은 몸이 유연했는지 그대로 몸이 한바퀴 휭하고 돌았다.)

별밤이나 기타 라디오 공개방송에 나와서도 숨김없이 말하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인기전성시대를 구가한다.
자주 과로로 쓰러져 연신내 대우병원에 입원하면서..괌에 촬영가서는 교통사고를 당해 팔꿈치에 흉을 남기기도 하고!(그당시 이문세와의 인터뷰에서 최진실왈 괌에는 신호등이 없고 운전자가 자기보다 연하였다.이문세왈 옆에 최진실 태웠겠다 신호등 없겠다 신나게 달렸구만!)

즉 또래들이 뭔가 거리감이 드는 스타이미지였다면, 어려서 수제비를 많이 먹어 수제비소리만 들어도 놀라다던 최진실은 뭔가 친근감이 드는, 옆집누나같기도 하고 야무진 딸내미같으면서 애교많은 여자친구같으면서도 여우같은 여고동창생같으면서도 뭔가 마주앉아 누구 흉도 볼수있을것같은 그런 이미지로 소탈하게 대중들에게 다가왔고 진짜인지 가짜인지 몰라도 저축왕까지 받으면서 짠순이 최진실이미지도 같이 얻으면서 전국민적으로 사랑받는다.지금이야 가식이니뭐니 욕도 많이 먹지만, 그시절엔 그랬다, 그랬다구.



그당시 최진실은 그래도 지금의 스타들과는 틀리게 (물론 이 판이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여기저기 단역으로 참 많이 나왔었다. 공식 티브이데뷔작이 이덕화씨와 공연한 베스트극장이라 기억하고 있는데(벙어리역활인가 그랬는데 불나는 씬 찍다가 죽을뻔했다한다.) 최수종이 사도세자로 나온 한중록에서 평양기생 장미역활로 나오기도했다. 최진실이 사극을 찍었단말이다! 그리고 이름도 기억안나는 수목드라마의 막내딸, 미니시리즈 제오열에서 킬러 한진희에게 납치당하는 대권후보자 딸역, 박상원과 변우민이 나오던 송지나 극본의 서울시나위에서는 히스테리 부리는 실연당한 여대생역등등 씨에프를 열심히 찍으면서도 단역으로 많이 나오는 배우였다. 졸지에 스타가 되기는 했지만,결코 무명시절이 없던 배우가 아니었고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하는 배우였다고 기억된다.

그때 조금더 연기를 배우고 가꾸었다면, 배우로서의 좀더 자각을 했더라면,
최진실은 좀더 다른 모습이 되었을까?

최진실이 그리 연기를 못하지는 않았다.
질투나 그대그리고나 와 같은 세련되고 앙칼진 깍쟁이같은 커리어우먼 역활도 나름대로 해내었고
지금은 없어진 그녀 특유의 다크 서클(이것이 없어짐으로서 최진실의 매력은 종말을 다하였다고 생각한다. 톡톡 튀는 자신만만한 매력속 한귀퉁이엔 숨어서 울것같은 청승이 엿보였고 그리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어느 정도 동지감내지는 친밀감 내지는 동정심을 유발하는 캔디의 이미지를 확연히 풍겨주었다.)덕에 "약속"이나 "우리들의 천국"에서 일찍 죽는 비운의 여주인공으로도 손색없이 나름대로 잘 해내었다. 별은 내가슴에의 꿋꿋한 고아소녀 연이나 장미와 콩나물의 알뜰 주부역도 그녀만의 매력으로 성공수행 했다고 여겨진다. 드라마뿐 아니라 나의사랑나의신부 마누라죽이기에서도 흡족한 연기를 보여주는 그녀였다.
한국여배우 트로이키 시대를 연 배우이자 파리에서 백건우와 함께 멋진 나날을 보내고 있는 윤정희가 요즈음 이효리가 나오네마네 말많던 김수현원작의 "눈꽃" 영화를 92년쯤 찍을때 요새 여배우 중 아주 야무지게 연기잘하는 배우라며 함께 눈꽃영화를 찍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고 이문세가 최진실에게 그랬다.) 그때 주연은 이미연이었다.




그러나 그녀를 걸출하게 키워낸 대단한 매니저 배병수가 살해되고 그와 연관된 추문들,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로 왈가왈부하면 법에 걸린다, 양심에도 걸린다, 그리고 난 잘 모른다)
그리고 결혼, 이혼등등 힘든 삶을 거치면서 그녀의 연기는 물이 오르기는 커녕,
점점 단조로와지고 한심해지고 성의가 없어진다.

영화 마요네즈나 결혼 출산 이후 등장한 제목조차 떠오르지 않는 드라마에서
그녀의 연기는 극으로 치달았다.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퇴보할수가 있는가?
옥화라는 연변처녀 연기는 코미디수준을 넘어서 테러였다. 그 사투리 따라해보니 내가 더 잘했다.

불같은 뛰어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트랜디드라마이건 정통극이건 주연으로서 긴호흡을 나름대로 보여주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어도 그럭저럭 쓸만한 모습이었던 그녀가
어찌 저리 발전은 커녕 "두권의 일기"에서만도 못한 연기수준을 보여주는지,
연기가 아닌 "연예생활"로 더 만족했기때문에 그러했을까?
이미 충분한 소득을 확보한 상태에서 연기는 그녀가 갈망하던 그 무엇이 아니었던것일까?
이루고자 했던 것은 이미 다 이루어서 할것이 없었던 말인가?


타고난 배우는 아니지만 노력하는 모습은 보여주었었던 그녀 최진실,
이렇게 연기 못하면서 언론플레이로 가정사나 까발려서 바닥까지 떨어지는 이미지로
지난 구십년대의 영광을 사라지게 하기엔 나에게 너무 야속하지 않은가?

그녀의 모습을 코팅해서 책받침으로 쓰고 책표지로 싸고
우들천에서 그녀가 죽을때는 야자를 빠지고 달려나가고
질투의 그녀처럼 편의점에서 김밥을 사먹었던 우리또래들에게
그녀의 몰락은 참 가슴아프다.
우리의 학창시절의 정점의 인기를 누렸던 그녀가 저꼬라지로 존재한다는 것은
정말 가슴쓰라리다.

그녀,
문근영보다 인기 많았고 전지현보다 더 광고로 날렸었다.
영화 꼭지딴의 홍보문구는 이거였다.
"20세기의 스타 최진실을 만나자!"
90년도도 아니고 90년대도 아니고 20세기다,무려 20세기,

전국민의 스타로 군림하던 그녀가 다시 갱생하여 알뜰주부,억척엄마 이런 걸로 나오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또 그녀가 돈많은 재벌과 재혼하여 다시 신데렐라 되어 인생역전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녀가 대학가지 못하고 연신내 롯데리아에서 알바하며 밤기차 타고 부산을 오가며 씨에프 단역으로 활동할때, 이미 스타였고 대학생이었던 또래연기자들이 이제는 알뜰주부 좋은 엄마로 탈바꿈하여 집안인테리어니 육아방법등으로 아침방송 주부겨냥 토크쇼에 나오는 것처럼 살게 되길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90년도를 휘어잡았던 발랄하고 깜찍했던 새로운 스타일의 스타탄생은 기대할수없지만, 최소한 최진실과 같은 은평구에 살았던 인연으로 , 또 고생속에서 입지전적으로 성공한 그녀가 사람들 기억속에 강하게 자리잡혀 있는 추문은 깨끗이 지워줄수있는 연기를 보여주길 바라는 것은 팬은 아니지만 너무 큰 기대일까?지금 이 상황은 그집 떡볶이 맛이 내 입맛에 맞든 아니든,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오든 말든 상관없이 자주 가게 되던 학교앞 단골떡볶이집이 졸업 후에 망해버려 그 십대 시절의 추억이 흔적도 없이 사라짐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연기로 뜬 배우가 아니고 인정받은 배우는 더더욱 아니었고,
개인사로 더 관심받는 스타성을 소지하였기에 앞으로도 단언하건대 그녀는
가정사로 더 관심받게될것이다.
그러나 최소한으로 바라는 바,더 이상 연기로 욕먹지는 않았으면 좋겠고
성형수술은 이제는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것, 이것 너무 큰 욕심이려나?



내가 좋아하는 그녀의 작품


1,두권의 일기

이후 결혼 출산등에서도 라이벌로 여겨지던 채시라와 동반출연,
담임선생님인 채시라의 여고시절과 변우민을 좋아하는 여고생 최진실스토리
이부작으로 꾸려져서 특집극이었다. 미국으로 이민가는 채시라친구 도지원
저항시 가르쳐서 쫒겨나는 채시라국어선생님 유인촌 (갑자기 낭만적임)
최진실의 엄마와 오빠로 고두심 홍학표가 출연했다.(왜 이게 다 기억날까?)
이상한 사이코에게 길거리에서 뺨맞고 막 울먹이며 걸어가는 최진실모습이
귀여웠지.


2.약속

홀로 힘들게 고학하다 사기꾼과 결혼하여 애 낳고
강석우와 재혼하나 학교체육대회에서 반아이와 손잡고 운동장뛰다가
쓰러져 죽고마는 비운의 여주인공 역. 그 여자 인생 참 안됐네싶은 굴곡많은
삶을 다크서클과 더불어 잘해냄.
임현식아저씨가 악역으로 나온걸로 유일하게 기억됨,
의붓아버지인 그, 한밤중에 최진실방으로 들어간다.




3.사랑의 기쁨(?)

이제는 황토팩 사장님이 되어버린 김영애의 사려깊은 큰딸로 나옴.
이병헌과의 담벼락 키스씬에 설레서 시험공부가 안되더라.
이병헌이 최진실 이마에 살짝 키스하는데 왜 그리 설레던지,
그 장면이 푸른 톤으로 설정되었는데 담날 학교가보니 나뿐만 아니라 다른애들도 그랬다한다.




4.그대그리고나


임신 사실을 알고 박상원 째려보며 새침하게 주먹으로 때리는 장면이나
김혜자와 실제 모녀지간이냥 사이좋게 연기하는 모습은 진짜 리얼했다.
Posted by grac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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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

내가 좋아하던! 2006. 8. 19. 23:48


어릴 적 내 외갓집 뒷마당엔
감나무 세그루가 있었다.
외할아버지방 앞마루에 누워 끼룩대며 날아가는 ㅅ 자무리의 철새들을 보면서 집거위를 타고 여행하던 닐스를  생각하다가,
살얼음 얼은 논를 가만가만 조심스레 걸어보다가,
혹은 아무도 쓰지 않는 골방을 뒤져서
외삼촌들이 남겨둔 아주 오래된 주간지의 심각한 연애소설을 읽다가 누런 황토바닥의 부엌을 거쳐  외갓집 뒷마당으로 나가면,

크고작은 장독들이 줄지어서 서있던 얕으막한 장독대 뒷편으로  감나무 세그루가  있었다.

감나무곁에 서서 낮은 담에 매달려
한겨울 인적없고 쓸쓸한 논밭지나 저멀리 보이던
지평선은 아무런 이유없이 뭉클하게 슬퍼왔다.

허물어진 외갓집.
베여져버린  감나무 세그루.

그리고
송두리채 분실된 내 어린 시절의 추억.


Posted by grac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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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누구인지 어디지면에 발표된것인지
굳이 알아볼 생각은 없지만
맘에 드는,
혼자서 잘 놀고 있는,  여유만만 여인일러스트시리즈
Posted by grac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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